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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복수극 웹소설] 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 4화. 복수는 또 다른 그림자를 낳고

복수를 위해 직접 조성진 앞에 나타난 세아는 처절한 실패를 맛본다. 철저히 준비했다고 믿었지만, 조성진의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폭력 앞에서 그녀는 무너지고 만다. 죽음의 순간, 정윤은 자신의 영혼까지 희생하며 딸을 지키기 위해 이승으로 뛰어든다. 한편 태승은 정윤을 살리기 위해 금기까지 어기고, 찬성 역시 과거 복수심으로 인해 소중한 사람을 잃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복수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상처와 그림자를 남긴다.

 

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 4화. 복수는 또 다른 그림자를 낳고
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 4화. 복수는 또 다른 그림자를 낳고

 

세아는 조성진의 사무실 빌딩 건너편,

늘 앉던 카페 창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테이블 위를 규칙적으로 두드렸다.

 

, , .

 

마치 시한폭탄의 초침 소리처럼.

 

그녀의 눈은 더 이상 예전처럼 불안하게 흔들리지 않았다.

 

몇 달간의 지옥 같은 훈련은 그녀의 몸뿐 아니라

정신까지 단단하게 만들었다.

 

앙상했던 팔다리에는 균형 잡힌 근육이 붙었고,

걸음걸이에는 확신이 실렸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충분히 강해졌다고 믿었다.

 

조성진을 직접 상대할 수 있을 만큼.

 

테이블 위에는 여전히 조성진의 미행 노트가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내용은 단순히 그의 동선을 기록하는 것을 넘어서 있었다.

 

그의 약점과 습관,

그리고 그를 둘러싼 경호 인력의 패턴까지 상세히 분석되어 있었다.

 

빨간 펜으로 체크된 항목들,

형광펜으로 강조된 시간대들,

그리고 여백에 빼곡히 적힌 메모들.

 

 

그녀는 조성진이 주말 저녁,

늘 혼자서 방문하는 고급 레스토랑의 동선을 파악했다.

 

그곳에서는 경호원의 숫자가 가장 적었다.

 

 

 

'오늘이야.'

 

 

 

세아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파고들어 아팠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심장이 복수심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두려움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직 조성진을 향한 맹렬한 증오만이 그녀의 모든 감각을 지배했다.

 

세아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차가워진 커피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갔다.

 

그녀는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6 30.

 

조성진이 레스토랑에 도착하는 시간은 7.

 

그녀는 노트를 닫고 가방에 넣었다.

 

그리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날 저녁,

세아는 검은색 후드티를 깊게 눌러쓰고 조성진이 들어간 레스토랑 근처 골목에 숨어 있었다.

 

차가운 11월의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쳤다.

 

그녀의 손에는 작고 날카로운 칼이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

 

훈련으로 다져진 몸은 언제든 튀어나갈 준비를 마쳤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공포 때문이 아니었다.

 

기대감이었다.

 

드디어 엄마의 원수를 갚을 수 있다는 기대감.

 

 

잠시 후,

식사를 마친 조성진이 레스토랑 문을 나섰다.

 

평소보다 경호 인력이 적었다.

 

세아의 계획대로였다.

 

그녀는 숨을 죽이고 그의 뒤를 따랐다.

 

한 걸음,

두 걸음.

 

조성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얼마를 걸어 탁 트인 잔디밭 앞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세아가 나지막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조성진!"

 

 

그녀의 목소리는 낮게 깔려 있었지만,

그 안에는 맹렬한 분노가 담겨 있었다.

 

조성진은 천천히 뒤를 돌아봤다.

 

그의 눈에 비친 세아는 초점 없는 눈빛과 깡마른 몸으로,

마치 복수심에 사로잡힌 망령 같았다.

 

 

"누구이신지?"

 

 

성진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지루함마저 담겨 있었다.

 

마치 길거리에서 말을 거는 낯선 사람을 대하듯.

 

성진은 제정신일 때 세아를 본 적이 없었다.

 

사고 당일,

그는 술에 취해 제대로 된 기억조차 없었다.

 

술에 취했던 그날의 그는 엉망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말쑥한 정장에 잘나가는 CEO의 모습,

그 자체였다.

 

세아는 그 모습에 더 분노가 치밀었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으면서 말쑥한 그의 모습은 재판정에서 세아가 본 진짜 그의 모습이 아니었다.

 

 

"내 엄마를 죽인 인간."

 

 

세아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이정윤. 기억나?"

 

 

조성진의 얼굴에 지루함이 묻는다.

 

 

"...누구죠, 그게?"

 

 

그 말에 세아의 이성이 끊어졌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조성진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칼은 빠르고 정확하게 그의 얼굴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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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 4화. 복수는 또 다른 그림자를 낳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그림자들이 순식간에 나타나 달려드는 세아를 밀쳐냈다.

 

 

"크윽!"

 

 

세아의 몸이 공중에 떠올랐다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건장한 체격의 조폭들이었다.

 

 

세 명.

 

 

그들이 조성진의 그림자처럼 항상 그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세아가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성진이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나고 덩치들이 앞을 막아섰다.

 

그는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마치 일상적인 일이라는 듯.

 

덩치 중 한 명이 세아의 주먹을 막아내고 그녀의 복부를 강하게 가격했다.

 

 

"으윽!"

 

 

세아는 훈련으로 단련된 몸이었지만, 전문적인 싸움꾼들의 협공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반격했다.

 

두엽에게 배운 기술들을 총동원했다.

 

주먹,

발차기,

팔꿈치.

 

하지만 상대는 한 명이 아니었다.

 

수세에 몰린 세아는 결국 무릎을 꿇었다.

 

 

"끈질기네."

 

 

덩치 중 하나가 비웃듯 말했다.

 

덩치들은 인정사정없이 그녀를 때렸다.

 

주먹이 그녀의 얼굴을 강타했다.

 

발길질이 그녀의 옆구리를 찍었다.

 

세아의 얼굴에 핏방울이 튀었고,

그녀의 몸은 고통에 신음했다.

 

 

'엄마... 미안해...'

 

 

그녀의 의식이 흐려졌다.

 

 

그 시각,

정윤은 중음계에서 태승과 함께 수련 중이었다.

 

중음계는 고요했다.

 

은은한 안개가 깔려 있고,

저 멀리 희미한 산들이 보였다.

 

", 이정윤 씨. 이번엔 저기 있는 나뭇잎을 움직여 보세요."

 

태승이 손을 들어 멀리 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정윤은 집중하려 했다.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고,

자신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기운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안했다.

 

뭔가... 이상했다.

 

 

"태승 사자님뭔가 이상해요."

 

 

정윤이 눈을 뜨며 말했다.

 

"뭐가요?"

 

태승이 고개를 갸웃했다.

 

"세아세아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 같아요."

 

정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가슴을 움켜쥐었다.

 

"가슴이... 너무 아파요. 세아가... 세아가 위험한 거 같아요."

 

"진정하세요. 아직 확실하지..."

 

태승의 말이 끝나기도 전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정윤의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으윽!"

 

정윤의 몸이 휘청거렸다.

 

"이정윤 씨!"

 

태승이 황급히 정윤을 붙잡았다.

 

정윤의 영혼이 급격히 희미해지고 있었다.

 

마치 촛불이 꺼지기 직전처럼.

 

 

"세아세아가위험해요!"

 

 

정윤의 목소리는 비명에 가까웠다.

눈물이 그녀의 눈가에 맺혔다.

 

"세아가 또또 그 나쁜 놈한테 갔어요! 내가... 내가 느껴져요!"

 

태승도 느꼈다.

 

저 멀리 이승에서,

세아의 기운이 급격히 약해지고 있었다.

 

"이정윤 씨, 진정하세요."

 

태승이 차분하게 말했지만,

그의 목소리도 떨리고 있었다.

 

"진정이 되겠어요?!"

 

정윤이 태승의 손을 뿌리쳤다.

 

"내 딸이 죽을 수도 있는데! 당장 가야 해요!"

 

정윤은 태승의 손을 뿌리치고

이승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영혼이 공간을 가로질렀다.

 

태승이 그녀를 뒤따랐다.

 

"이정윤 씨! 위험합니다! 당신의 영혼은 아직 안정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정윤은 듣지 않았다.

 

오직 딸을 향한 일념만이 그녀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주차장.

 

세아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온몸이 아팠다.

 

입안에서 피 맛이 났다.

 

그녀는 흐릿한 시야로 조폭들을 올려다봤다.

 

그때,

조폭 중 한 명이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날카로운 칼이었다.

 

달빛에 반사된 칼날이 시퍼렇게 빛났다.

 

맞아서 붓고 피가 흐르는 세아의 눈에도 그 칼날이 선명하게 보였다.

 

세아의 눈동자가 공포로 흔들렸다.

 

 

'죽는구나... 엄마한테 가겠네…'

 

 

칼날이 섬뜩하게 빛나며 그녀를 향해 천천히 내려왔다.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안 돼! 세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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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의 영혼이 이승의 공간을 가로질러 맹렬히 돌진했다.

 

'영혼의 현현' 수련을 통해 얻은 미약한 힘.

 

그리고 딸을 향한 간절한 모성애가 그녀의 영혼을 폭발시켰다.

 

정윤은 앞뒤 가리지 않고 세아의 몸 앞으로 뛰어들었다.

 

 

"엄마가 지켜줄게!"

 

 

정윤의 외침이 중음계에 울려 퍼졌지만,

세아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칼날은 정윤의 영혼을 꿰뚫고 지나갔다.

 

물리적인 상처는 아니었다.

 

하지만 영혼에 가해진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으아아아!"

 

정윤의 비명이 중음계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영혼은 마치 연기처럼 희미해졌다.

 

종잇장이 펄럭이듯이 흔들리며 날아갔다.

 

"이정윤 씨!"

 

뒤따라 날아온 태승이 허공에서 정윤을 잡아 끌어안았다.

 

정윤은 이미 정신을 잃어 있었다.

 

그녀의 모습은 흐릿해졌다가 다시 조금 선명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마치 깜빡이는 형광등처럼.

 

태승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대로는... 소멸한다.'

 

그는 소중한 보물을 안듯 정윤을 보듬어 안았다.

 

그리고 어디론가 날아가기 시작했다.

 

 

 

한편,

이승의 주차장.

 

세아는 꼭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 안 죽었어?'

 

 

칼날은 세아의 몸에 닿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닿기 직전에 빗나갔다.

 

조폭도 의아한 표정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정윤의 간절한 사랑이 칼날의 궤도를 아주 미세하게 틀었던 것이다.

 

영혼의 힘으로.

엄마의 힘으로.....

 

 

하지만 칼이 먹히지 않자 조폭들은 더욱 거칠게 달려들었다.

 

그들의 주먹과 발길질이 세아의 몸을 향했다.

 

세아는 몸을 웅크렸다.

 

고통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이상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방금... 엄마였어?'

 

그 순간,

엄마의 향기가 스쳤던 것 같았다.

 

"그만."

 

차갑고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성진이었다.

 

조폭들이 즉시 멈춰 섰다.

 

조성진은 담배를 한 모금 빨고는 천천히 세아에게 다가왔다.

 

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세아를 내려다봤다.

 

"아가씨."

 

조성진의 목소리는 정중했다.

 

마치 고객을 대하듯.

 

"나 알아요?"

 

정중한 말투,

정중한 물음.

 

하지만 그 눈빛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욕지기가 났다.

 

세아는 붓고 터진 눈으로 죽일 듯이 성진을 쏘아봤다.

 

그녀는 대답 대신 침을 뱉었다.

 

피 섞인 침이 조성진의 구두에 떨어졌다.

 

조성진은 미간을 찌푸렸다.

 

 

"어디서 본 거 같기는 한데…"

 

 

그는 턱을 쓸어내리며 생각했다.

 

"이런 얼굴로 알아볼 수는 없고…."

 

그가 세아 옆에 쪼그려 앉았다.

 

"아가씨, 뭐가 그렇게 억울하고 화가 나는지 모르겠지만 묻어 둬요."

 

조성진의 말투는 마치 인생 선배가 조언하듯 부드러웠다.

 

"원래 세상이 그래. 나한테 억울한 게 있다는 건 돈 없고, 빽 없다는 소릴테고."

 

그는 세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마치 강아지를 쓰다듬듯.

 

"그럼 세상은 원래 그런 거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그게 마음이 편해."

 

세아는 그의 손을 물어뜯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리 악을 쓰고, 용을 써 봐도 아가씬 나 건드리지도 못해요."

 

조성진은 일어서며 구두에 묻은 침을 휴지로 닦았다.

 

"앞으로 또 이런 짓 하면, 그땐 정말 죽을 거예요. 알았죠?"

 

그의 말투는 차분하면서도 정중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마치 유기견을 대하듯 했다.

 

말을 마친 성진은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경비원들도,

덩치들도 그를 따라 어느샌가 사라졌다.

 

텅 빈 주차장엔 세아만 남았다.

 

그들이 사라지고 간신히 버티던 세아는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정신을 잃었다.

 

 

한편,

박찬성 형사는 오늘도 조성진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근처에서 잠복 중이었다.

 

그는 차 안에서 조성진이 들어간 레스토랑을 감시하고 있었다.

 

"팀장님."

 

무전에서 성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차장 쪽에서 소란이 있었습니다. 조성진이 누군가와 대치 중인 것 같습니다."

 

"?"

 

찬성은 즉시 차에서 내렸다.

 

"현우, 너는 조성진 차량 추적 계속해. 나는 주차장으로 간다."

 

"!"

 

찬성은 주차장으로 달려갔다.

 

어둠 속에서 그는 바닥에 쓰러진 누군가를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얼굴이 보였다.

 

"강세아 씨!"

 

찬성은 황급히 세아에게 달려가 그녀의 맥박을 확인했다.

 

다행히 살아 있었다.

 

하지만 상태가 심각했다.

 

얼굴은 피투성이였고,

호흡은 불규칙했다.

 

"현우! 차 가지고 와! 빨리!"

 

"구급차를 부르죠?"

 

“병원 갈 상처는 아니야. 우리집으로 간다.”

 

찬성은 세아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그녀의 몸은 놀랄 만큼 가벼웠다.

 

그녀의 얼굴은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강세아 씨정신 차려요…"

 

찬성의 목소리는 떨렸다.

 

하지만 세아는 의식이 없었다.

 

그녀의 손에는 여전히 칼이 쥐어져 있었다.

 

찬성은 그 칼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 사람... 정말 죽을 생각이었구나.'

 

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 4화. 복수는 또 다른 그림자를 낳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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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음계.

 

태승은 정윤을 조심스럽게 땅 위에 내려놓았다.

그녀의 영혼은 거의 투명해져 있었다.

 

희미하게 빛나던 그녀의 존재는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위태로웠다.

 

마치 바람에 날아갈 듯한 꽃잎처럼.

 

그녀를 바라보던 태승은 고개를 떨궜다.

 

", 태승."

 

뒤에서 선배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할 만큼 했어. 너 이미 시말서가 한 다발이야."

 

선배는 정윤을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저 여잔 자기 팔자, 자기가 볶은 거구. 그냥 보내 줘. 처음부터 너무 무모했어."

 

태승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정윤의 희미한 얼굴을 바라봤다.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딸을 지켰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태승은 슬픈 눈으로 정윤을 바라봤다.

 

그리고 결심한 듯 조용히 손을 들어

정윤의 단전 위에 올렸다.

 

"! !"

 

선배 저승사자가 황급히 소리쳤다.

 

"너 뭐 하는 짓이야? 미쳤어?"

 

하지만 태승은 멈추지 않았다.

 

선배 저승사자의 말이 들지도 않는지,

태승은 천천히 정윤의 영혼에 자신의 기운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의 손에서 푸른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 빛이 정윤의 희미한 영혼을 감쌌다.

 

정윤의 형체가 조금씩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의 영혼은 너무나 약해져 있었다.

 

이대로는 소멸을 막을 수 없었다.

 

태승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는 정윤의 모습이 완전히 또렷해질 때까지

자신의 기운을 계속 흘려보냈다.

 

원래도 창백했던 그의 얼굴이 투명하다시피 해질 때까지.

 

", 진짜 미쳤어?"

 

선배가 태승의 팔을 잡았다.

 

"이건 시말서로 안 끝나. 소멸될 수도 있어. 위에서 두 번이나 봐 줄 거 같아?"

 

선배의 목소리에 절박함이 묻어났다.

 

"이제 조금만 더 하면 너네 가족들도 만날 수 있잖아. 당장 멈춰!"

 

태승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환하게 웃는 여인의 얼굴.

 

까르르 웃던 어린 남자아이의 얼굴.

 

'부인... 치윤아...'

 

태승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그는 손을 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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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에서 빛이 계속 빠져나갔다.

 

태승의 존재 또한 점점 희미해졌다.

 

"아씨. 나도 모르겠다."

 

선배 저승사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태승의 뒤에 붙었다.

 

손을 들어 태승의 등에 얹었다.

 

"내가 정말 미쳤나봐..."

 

선배도 조용히 자신의 기운을 보태기 시작했다.

 

태승은 따스한 기운이 등을 통해 흘러드는 걸 느꼈다.

 

선배의 기운이었다.

 

정윤의 얼굴을 보니

그녀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고 있었다.

 

태승 자신도 어느 정도 괜찮아진 듯했다.

 

그는 뒤돌아보며 선배의 손을 조용히 잡았다.

 

"...고맙습니다."

 

선배가 눈을 뜨고 태승을 보며 손을 내렸다.

 

"임마, 다음엔 진짜 못 봐준다. 알았어?"

 

"."

 

선배의 얼굴을 보던 태승의 머릿속에는 오래전, 잊고 싶었던 그때가 떠올랐다.

 

---

 

[태승의 회상]

 

어둠이 짙게 깔린 밤.

 

조선 시대.

 

한 양반의 집이 붉은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화염이 하늘을 뒤덮고,

피비린내와 함께 비명 소리가 귓가를 찢었다.

 

 

"살려주세요!"

 

 

"제발!"

 

 

사람들의 비명이 불길 속에서 울려 퍼졌다.

 

(태승의 인간 시절 이름)은 불타는 집 앞에서 망연자실 서 있었다.

 

그의 옷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손에 든 칼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칼에 맞아 쓰러진 아내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광 앞에 주저앉아 배에 칼을 맞고 쓰러져 있었다.

 

"부인..."

 

한은 비틀거리며 아내에게 다가갔다.

 

그녀를 안았다.

 

이미 차가워진 그녀의 몸은 하릴없이 축 늘어졌다.

 

"부인, 눈을 떠 보시오. 제발..."

 

한은 그녀를 놓칠새라 꼭 끌어안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늘어질 뿐이었다.

 

대답이 없었다.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한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앞에는 관군들과 칼을 들고 서 있는 진석이 보였다.

 

어릴 적부터 친구였던 그.

함께 글을 배우고, 함께 무술을 익혔던 그.

 

하지만 지금 그는 더 이상 친구가 아니었다.

 

태승은 아내를 조심히 땅에 눕히고 일어섰다.

 

그리고 진석을 노려보았다.

 

 

"이래야만 했는가."

 

 

한의 목소리는 떨렸다.

 

분노와 슬픔이 뒤섞여 있었다.

 

진석은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시대를 잘못 타고났다 생각하시게."

 

"내가 무엇을 잘못했나."

 

"역적이 되었지."

 

"역적은 네놈들이다!"

 

한이 칼을 들어 올렸다.

 

그 대화를 끝으로 서로의 칼은 부딪혔다.

 

, , !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가 밤공기를 갈랐다.

 

한은 필사적으로 싸웠다.

 

하지만 진석은 혼자가 아니었다.

 

관군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한참의 대립 끝에,

진석의 칼 아래 한도 쓰러졌다.

 

"크윽..."

 

한은 옆구리를 찔렸다.

 

피가 쏟아져 나왔다.

 

그는 무릎을 꿇었다.

 

한은 흐릿해지는 눈으로 아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내의 뒤에 있던 광을 바라보았다.

 

광의 문틈으로 무언가가 보였다.

 

어린 아들,

치윤이었다.

 

광 속에서 입을 틀어막고 울고 있는 치윤의 모습이 보였다.

 

한은 치윤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천천히,

힘겹게 고개를 저었다.

 

 

'나오지 마라.'

 

 

'살아라.'

 

한은 속으로 간절히 외쳤다.

 

'살아라, 치윤아. 살아 남아야 한다.'

 

그의 의식이 천천히 흐려졌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치윤의 눈물 가득한 얼굴이었다.

 

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 4화. 복수는 또 다른 그림자를 낳고
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 4화. 복수는 또 다른 그림자를 낳고

 

 

그로부터 몇 년 후.

 

치윤은 그날 이후, 복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의 삶은 오직 복수라는 단 하나의 목표로 채워졌다.

 

그는 몰래 산속에 숨어 살며 무술을 익혔다.

 

정보를 모으고,

기회를 엿봤다.

 

그리고 결국 원수의 목을 베는 데 성공했다.

 

달빛 아래,

진석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치윤의 칼에서는 피가 뚝뚝 떨어졌다.

 

그의 얼굴에는 피와 함께 알 수 없는 허무함이 서려 있었다.

 

"이제... 됐나."

 

치윤은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복수가 끝난 치윤의 삶은 텅 비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했다.

 

그의 영혼은 복수심에 찌들어 검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살아있는 시체처럼,

그는 스스로를 파괴해 나갔다.

 

술로,

싸움으로,

방황으로.

 

 

 

한은 영혼이 되어 이승을 떠돌며,

아들의 처절한 복수극을 지켜보았다.

 

아들은 복수를 이루었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구원받지 못했다.

 

한은 아들의 영혼이 점점 잠식되어 사라지는 것을 막고 싶었다.

 

어느 날,

치윤을 데리고 가려는 사자가 나타났다.

 

한은 사자 앞을 가로막았다.

 

"나를 데려 가시오."

 

한이 무릎을 꿇었다.

 

"그 아이는 잘못이 없습니다."

 

사자는 차가운 눈으로 한을 내려다봤다.

 

"그럴 수는 없네. 각자가 짊어져야 할 몫이 있는 것이네."

 

"부모를 잘못 만난 죄입니다."

 

한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죄는 아이의 것이 아닙니다. 제발..."

 

"…."

 

사자는 잠시 한을 바라보더니,

그를 저승을 관장하는 염라에게 데려갔다.

 

 

 

염라대왕 앞.

 

거대한 전각 안,

높은 옥좌에 염라대왕이 앉아 있었다.

 

그의 눈은 깊고 오묘했다.

 

염라는 한을 보자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말했다.

 

"시키는 대로 할텐가?"

 

"물론입니다."

 

한이 즉시 대답했다.

 

"긴 시간이 될 것이고, 먼 길이 될 것이네."

 

염라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그래도 하겠는가?"

 

"."

 

한은 고개를 숙였다.

 

"그 아이만 보내 주십시요."

 

"…."

 

염라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지. 아이는 자네가 일을 마칠 때까지 벌을 받지도 않겠지만 환생도 하지 못할 것이네."

 

"감사합니다."

 

"저승에서 잠시 머물다 자네가 일을 잘 마치면 환생의 기회를 주도록 하지."

 

태승은 그렇게 사자가 되었다.

 

더 이상 이승의 망자들이 자신과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돕는 것.

 

그것이 그의 새로운 소명이었다.

 

이 소명을 마치면 잠시나마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

 

그 약속을 믿으며, 태승은 수백 년을 저승사자로 살아왔다.

 

 

 

[현재]

 

태승은 정윤의 영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마치지 못한 일을 하라는겐가…..’

 

태승은 자신이 못한 일을 정윤은 할 수 있기를 바랬다.

 

딸을 복수의 길에서 구하는 것.

 

'이것이 이승에서의 미련이라 해도 좋았다.'

 

그렇게라도 긴 세월 무겁게 마음을 누르던 짐을 버리고 싶었다.

 

태승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찬성의 오피스텔

 

세아는 찬성의 오피스텔 침대에 누워 있었다.

 

하얀 시트에 그녀의 작은 몸이 누워 있었다.

 

찬성은 능숙하게 그녀의 상처를 치료하고 붕대를 감았다.

 

그의 손놀림은 조심스러웠다.

 

의료 용품들이 침대 옆 탁자에 놓여 있었다.

 

소독약,

거즈,

붕대,

진통제.

 

"..."

 

세아가 신음을 내며 미세하게 움직였다.

 

찬성은 즉시 그녀를 살폈다.

 

새벽이 되어서야 세아는 희미하게 눈을 떴다.

 

천장이 보였다.

 

낯선 천장.

 

그녀의 눈은 여전히 멍했지만,

이전의 독기는 조금 누그러진 듯했다.

 

"정신 듭니까?"

 

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싸늘함이 묻어 있었다.

 

화가 나 있었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이렇게 망가뜨리고 있는 세아에게 화가 났다.

 

"강세아 씨."

 

찬성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죽을 뻔했어요. 알기는 해요?"

 

세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그저 천장을 응시하고 있었다.

 

멍하니.

 

찬성은 한숨을 쉬었다.

 

깊고 무거운 한숨.

 

그의 눈빛에는 오래된 상처가 드리워져 있었다.

 

찬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창밖으로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얘기 하나 해 줄까요."

 

찬성은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찬성의 회상]

몇 년 전.

 

그때는 찬성 역시 정의감 하나로 불타오르던 혈기왕성한 젊은 형사였다.

 

경찰서 강력 2.

 

조성진을 수사하던 팀은 그때 막 중요한 단서를 잡아가고 있었다.

 

선배이자 파트너였던 주역 형사가 팀장이었고,

찬성과 막내 성호까지 셋이서 움직였다.

 

"팀장님, 이번엔 확실합니다!"

 

찬성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조성진 그 새끼, 이번엔 확실히 잡을 수 있어요!"

 

주역은 찬성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찬성아, 너무 흥분하지 마. 우리가 상대하는 건 재벌 2세야. 쉽지 않아."

 

"하지만 증거가 있잖아요!"

 

"증거만으로는 부족해. 저 위에서 압력이 들어오면..."

 

주역은 말을 흐렸다.

 

조성진은 꼬리가 잡히는 것을 눈치챘는지,

조폭들을 시켜 팀원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밤.

막내 성호가 퇴근길에 조폭들의 습격을 받았다.

 

"으악!"

 

성호의 비명이 어두운 골목에 울려 퍼졌다.

 

다섯 명의 조폭들이 그를 둘러싸고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형사 새끼가 감히..."

 

"다신 조 회장님 건드리지 마."

 

성호는 크게 다쳤고,

한동안 병원 신세를 져야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찬성은 눈이 뒤집혔다.

 

병원으로 달려간 그는 온몸에 붕대를 감고 누워 있는 성호를 봤다.

 

"성호야..."

 

"... 미안해요..."

 

성호의 목소리는 약했다.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내가... 내가 미안하다."

 

찬성의 주먹이 떨렸다.

 

이성이고 뭐고 없었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형사의 본분을 잊은 채,

찬성은 조성진을 찾아가 직접 처리하려고 했다.

 

"찬성아, 어디 가?"

 

주역이 찬성을 불러 세웠다.

 

"선배, 비켜요."

 

"너 지금 뭐 하려고?"

 

"직접 처리하러 갑니다."

 

찬성의 눈은 핏발이 서 있었다.

 

"너 형사야 이 새끼야, 당장 그만둬."

 

"비켜주세요!"

 

찬성은 주역을 밀치고 나갔다.

 

그는 앞뒤 안 가리고 조성진의 아지트로 쳐들어갔다.

 

낡은 건물.

 

계단을 올라 3.

 

문을 발로 차며 들어갔다.

 

"조성진! 나와!"

 

하지만 그곳에 조성진은 없었다.

 

대신 조폭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이구, 형사님이 직접 찾아오셨네?"

 

곧 찬성은 조폭들에게 둘러싸여 위험에 처했다.

 

열 명이 넘는 조폭들.

 

수십 개의 주먹과 발길질이 그를 향했다.

 

찬성은 필사적으로 싸웠다.

 

경찰 무술 훈련으로 익힌 기술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 많았다.

 

곧 그는 바닥에 쓰러졌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형사 새끼, 오늘 여기서 끝이야."

 

조폭 중 한 명이 칼을 꺼냈다.

 

칼날이 찬성을 향해 내려왔다.

 

바로 그때.

 

"찬성아!"

 

주역 형사가 나타났다.

 

찬성이 위험에 처한 것을 눈치채고 급히 뒤따라온 것이었다.

 

주역은 망설임 없이 찬성을 향해 날아오는 칼날 앞으로 뛰어들었다.

 

'!'

 

둔탁한 소리와 함께 칼날은 주역의 옆구리를 깊숙이 파고들었다.

 

"으윽..."

 

찬성의 눈앞에서, 그의 선배이자 정신적 지주였던 주역 형사가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선배!"

 

찬성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시간이 멈춘 것만 같았다.

 

주역은 피로 물든 손으로 찬성의 뺨을 어루만졌다.

 

그의 손은 떨렸다.

 

그의 눈은 이미 희미해지고 있었다.

 

"찬성아..."

 

주역의 목소리는 약했다.

 

"너는 살고, 저 새끼는 잡아라."

 

"선배, 말하지 마세요. 구급차... 구급차 불렀어요..."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주역이 미소를 지었다.

 

"이 웬수야……."

 

그것이 주역의 마지막 유언이었다.

 

그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찬성은 주역의 시신을 붙들고 오열했다.

 

"선배! 선배!!"

 

하지만 주역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어떻게 일이 마무리되었는지,

왜 갑자기 조폭들이 사라졌는지 찬성은 기억하지 못했다.

 

경찰이 도착했고,

조폭들은 도망갔고,

구급차가 왔지만 이미 늦었다.

 

다만 또렷이 남은 건,

장례식장에서 상복을 입고 울고 있는 주역의 두 딸과 아내의 모습뿐이었다.

 

장례식장 한 켠에 서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찬성은,

마치 세상 모든 짐을 짊어진 듯 무너져 내렸다.

 

'내가 죽였어. 내가선배님을 죽였어.'

 

모든 게 자신의 탓 같았다.

 

복수심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조성진을 당장이라도 찾아가 직접 목을 조르고 싶었다.

 

하지만 주역 형사가 남긴 마지막 유언이 그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 4화. 복수는 또 다른 그림자를 낳고
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 4화. 복수는 또 다른 그림자를 낳고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그 말은 찬성이 형사과에 막내로 왔을 때부터

주역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했던 말이었다.

 

"찬성아, 형사는 가슴으로만 일하면 안 돼."

 

주역이 웃으며 말하던 모습이 떠올랐다.

 

"차가운 머리로 일해야 법으로 범인을 잡을 수 있어. 알았지?"

 

", 선배."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이게 형사의 기본이야."

 

늘 주역이 하던 말이었다.

 

찬성은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다시 일어섰다.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법과 증거로만 싸우는 냉정한 형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날 이후,

찬성은 이전과는 다른 사람이 되었다.

 

감정을 배제하고,

오직 진실만을 쫓는,

날카로운 칼날 같은 형사가 된 것이다.

 

 

 

[현재]

 

찬성은 창밖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세아 쪽으로 돌아섰다.

 

"당신이 원하는 게 복수라면, 이런 방식은 절대 답이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지만, 그 안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담겨 있었다.

 

"당신 어머님이 바라는 모습도 아닐 테고요."

 

찬성이 세아의 침대 옆으로 다가왔다.

 

"조성진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겁니다. 제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겁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세아는 찬성의 이야기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의 희미한 목소리,

그리고 찬성의 처절한 고백이 그녀의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실패를 거듭할수록 세아는 더욱 죽이고 싶어졌다.

 

자신을 쳐다보며 말끔한 말투로 이야기하던 성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온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반드시반드시 죽일 거야. 조성진.'

 

그녀의 복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단단해졌다.

 

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 4화 복수는 또 다른 그림자를 낳고
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 4화 복수는 또 다른 그림자를 낳고

 

 

복수는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또 상처 입었다.
그리고 그 그림자는,
아직 세아를 놓아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