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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복수극 웹소설] 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 5화 각자의 자리, 새로운 모색

세아는 희미한 새벽빛이 스며드는 방에서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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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한 의식 속에서 그녀는 천장을 바라봤다.

 

낯선 천장.

 

익숙지 않은 공기.

 

 

어디지? …..찬성의 집……’

 

 

그녀의 몸은 온통 쑤시고 아팠다.

 

갈비뼈가 욱신거렸고,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보려 했지만,

팔을 움직이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입술은 터져 피딱지가 앉아 있었고,

왼쪽 눈두덩이는 시퍼렇게 멍들어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갈비뼈가 찌르르 아팠다.

 

'혹시... 부러진 건가...'

 

지난밤의 악몽 같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조성진의 비웃음.

 

 

"원래 세상이 그래."

 

 

조폭들의 무자비한 폭행.

 

주먹,

발길질,

그리고...

 

칼날이 자신을 향해 내리꽂히던 섬뜩한 순간.

 

그때 느꼈던 그 기분.

 

그리고…

마지막에 들려온 엄마의 희미한 속삭임.

 

 

"엄마가 지켜줄게."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생생해서 꿈이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세아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려 했다.

 

"으윽..."

 

 

하지만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렀다.

 

마치 며칠 밤낮을 쉬지 않고

샌드백만 친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다.

 

아니,

그보다 더 심했다.

 

실제로 샌드백이 된 것 같았다.

 

"...아야..."

 

신음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그때,

방문이 조용히 열렸다.

 

세아는 고개를 돌렸다.

 

찬성이었다.

 

그의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짙게 깔려 있었다.

 

밤새 한숨도 못 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걱정스러우면서도 단호했다.

 

"깨어났군요."

 

찬성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는 세면대에서 따뜻한 물수건을 가져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세아의 얼굴을 닦아주기 시작했다.

 

물수건이 닿는 곳마다 쓰라림이 밀려왔다.

 

세아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소리 내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찬성의 손길은 놀랍도록 조심스럽고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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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의 손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한동안은 움직이기 힘들 겁니다."

 

찬성이 물수건을 헹구며 말했다.

 

어제보단 누그러진 목소리였지만

여전히 그녀를 향한 화가 섞여 있었다.

 

동시에 안타까움도.

 

"갈비뼈 두 대가 금이 갔어요.

부러진 건 아니니 다행이지만,

최소 한 달은 움직이기 힘들 겁니다."

 

세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그저 천장을 응시했다.

 

지난밤 찬성 형사가 들려준

자신의 과거 이야기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무모한 복수가 어떤 비극을 낳는지,

그는 몸소 보여주었다.

 

주역 형사.

 

찬성의 선배이자 멘토.

 

그리고 찬성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

 

'나도... 누군가를 그렇게 만들 뻔했구나.'

 

그의 눈에 비친 주역 형사의 마지막 모습이

세아의 눈앞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듯했다.

 

찬성은 물수건을 세면대에 두고 돌아와,

세아의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창밖으로는 새벽 햇살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었다.

 

서울의 아침이 시작되고 있었다.

 

"강세아 씨."

 

찬성이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세아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당신이 하려는 복수는 이런 방식이여서는 안 됩니다."

 

그의 말투는 냉정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묻어났다.

 

"이렇게 멍청한 복수는 더 큰 불행을 불러올 뿐이에요."

 

멍청한 복수.

 

그 말이 세아의 가슴에 날카롭게 꽂혔다.

 

"당신 어머님이 그걸 원했을까요?"

 

찬성이 세아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이 이렇게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것을요?"

 

세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찬성의 말에 세아는 눈을 감았다.

 

엄마.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환하게 웃던 엄마.

 

"세아야, 넌 행복하게 살아야 해."

 

엄마가 늘 하던 말.

 

그리고 찬성의 처절한 고백이

그녀의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

 

 

그녀의 복수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가슴속에서 불타오르는 그 감정은 사라지지 않았다.

역부족이라는 것을 이제 알았다.

 

그녀는 조성진에게 처참하게 당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자신이 아무리 힘을 길렀다 한들,

그를 둘러싼 거대한 그림자 앞에서는 한낱 어린아이의 주먹질에 불과했다.

 

찬성은 그녀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눈빛에는 단단한 결의와 함께,

깊은 연민이 담겨 있었다.

 

그는 세아가 겪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도 그 길을 걸었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책임감 또한 느끼고 있었다.

 

 

 

'... 그저 피해자의 가족일 뿐인데...'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왜 법은 이들을 지켜주지 못하는가.

 

 

 

"당신이 원하는 게 복수라면..."

 

 

 

찬성이 천천히 말을 이었다.

 

 

 

"당신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방식은 절대 답이 아닙니다."

 

 

 

그의 목소리가 더 단호해졌다.

 

 

 

"당신 어머님의 삶을 헛되이 하지 마세요."

 

 

 

세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찬성은 잠시 망설이다가, 피식 웃었다.

 

쓸쓸한 웃음이었다.

 

 

 

"가장 확실한 복수가 뭔지 알아요?"

 

 

 

세아가 고개를 돌려 찬성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에는 슬픔이 어려 있었다.

 

 

 

"잘 사는 걸 보여주는 거요."

 

 

 

찬성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가장 확실한 복수래요. 주역 형사님이... 제게 늘 하시던 말씀이에요."

 

 

 

이런 상황에 농담이라니.

 

아니,

농담이 아니었다.

 

진심이었다.

 

세아는 찬성이 미웠다.

 

그의 말이 옳다는 걸 알면서도,

받아들이기 싫었다.

고개를 돌려 그에게서 시선을 거뒀다.

찬성은 세아의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

 

"조성진은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겁니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제가 반드시 그렇게 만들 겁니다."

 

 

 

찬성이 주먹을 꽉 쥐었다.

 

 

 

"당신의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당신의 삶을 망가뜨리지 않고,

반드시 정의를 구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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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세아는 고개를 돌린 채 눈을 감았다.

 

그녀의 눈에서는 계속해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엄마의 희미한 목소리.

 

 

 

"세아야, 복수는 그만해..."

 

 

 

그리고 찬성의 나지막한 음성이

그녀의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다른 감정도 솟아올랐다.

 

실패를 거듭할수록,

찬성의 반대가 거세질수록

세아는 성진을 더욱 죽이고 싶어졌다.

 

자신을 쳐다보며 말끔한 말투로 이야기하던 성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원래 세상이 그래."

 

 

 

그 냉소적인 미소.

 

온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반드시 죽일 거야. 조성진.'

 

 

 

그녀의 복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단단해졌다.

 

다만,

그 방식이 달라질 뿐이었다.

 

그녀는 찬성의 말을 곱씹었다.

 

 

 

'법의 심판...'

 

 

 

---

 

법의 심판

 

세아와 엄마는 그동안 법을 철썩같이 믿고 살았다.

 

엄마는 늘 말했다.

 

 

"세아야,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야. 법이 우릴 지켜줄 거야."

 

 

엄마는 정직하게 살았다.

 

세금도 제때 내고,

신호등도 잘 지키고,

작은 규칙 하나도 어기지 않으려 애썼다.

 

그리고 세아에게도 그렇게 가르쳤다.

 

 

 

"옳은 일을 하면 옳은 결과가 돌아와."

 

 

 

하지만 엄마가 죽은 이후 세아는 법을 믿지 않게 되었다.

 

법이 엄마를 죽인 조성진에게 무죄를 선고했으니까.

 

재판정.

 

판사의 차가운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피고무죄."

 

 

 

 

그 순간,

세아의 세계가 무너졌다.

 

조성진은 웃으며 법정을 나갔다.

 

그의 변호사들이 그를 둘러쌌다.

 

 

 

"수고하셨습니다, 회장님."

 

 

 

세아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만 봤다.

 

 

'이게... 법이라는 거야?'

 

 

하지만 지금,

찬성의 눈빛은 달랐다.

 

그의 눈빛에는 법에 대한 깊은 신뢰와

정의에 대한 굳건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는 법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결국 진실을 밝혀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

 

 

세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갈라졌다.

 

 

"조성진..."

 

 

그녀가 힘겹게 말했다.

 

 

"어떻게 잡을 건데요?"

 

 

세아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지만,

또렷했다.

 

그녀는 이제 무모한 질문이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을 묻고 있었다.

 

찬성은 그녀의 질문에 잠시 침묵했다.

 

그는 세아를 이 일에 더 이상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어젯밤 주차장에서 발견한 그녀의 모습.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던 그 모습.

 

그녀의 눈빛에서는 여전히 복수심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건..."

 

 

찬성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경찰이, 우리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그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당신은 이제 이 일에서 손을 떼세요."

 

 

"하지만..."

 

 

"당신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찬성이 세아의 말을 끊었다.

 

 

"오히려 당신의 개입이 수사에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찬성의 단호한 말에 세아는 이를 악물었다.

 

입술이 떨렸다.

 

그녀는 이제 더 이상 무모하게 달려들지 않을 것이었다.

 

어젯밤의 실패가 그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제가…"

 

 

세아가 간절하게 말했다.

 

 

"도울 수 있는 일은 없나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조성진에 대해 제가 아는 정보도 많아요."

 

 

세아가 계속 말했다.

 

 

"제가 직접 미행하면서 알아낸 것들이요.

그의 습관, 만나는 사람들, 자주 가는 장소들…"

 

 

그녀는 잠시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

 

 

"그 모든 걸 기록해 뒀어요."

 

 

그녀는 자신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몇 달간 조성진을 미행하며 작성한 노트.

그녀의 미행 노트는 조성진의 일거수일투족을 담고 있었다.

찬성은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필요 없습니다."

 

그의 말은 냉정했다.

차갑기까지 했다.

"당신이 아는 정보는 이미 저희가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찬성이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리고 당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세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잠시 멈춘 후

더 단호하게 덧붙였다.

 

 

"수사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당신은 당신의 삶으로 돌아가세요."

 

 

찬성은 그녀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녀를 다시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의 복수심이 수사를 엉망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세아의 눈에 불빛이 들어왔다.

 

그녀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다.

 

 

"으윽..."

 

 

하지만 갈비뼈의 통증에 다시 주저앉았다.

 

 

"저는…"

 

 

세아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다.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그녀가 찬성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엔 정말제대로 준비할 겁니다."

 

 

세아의 눈빛이 변했다.

 

이전의 맹목적인 분노가 아니었다.

 

차갑고,

냉정한 결의였다.

 

 

"제가 할 수 있는…"

 

 

그녀가 천천히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거예요."

 

 

세아의 눈빛은 결연했다.

 

그녀는 찬성의 말을 이해했다.

 

무모한 복수가 얼마나 위험한지도 알았다.

 

하지만 그녀의 복수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녀는 조성진을 죽이든,

법의 심판대에 세우든 일조하고 싶었다.

 

단순히 방관자로 남고 싶지 않았다.

 

찬성은 세아의 눈빛을 읽었다.

 

그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저 눈빛.

 

 

주역 선배가 죽던 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눈빛과 똑같았다.

 

그는 그녀의 열정이 오히려 독이 될까 봐 걱정했다.

 

 

"당신은 그냥…"

 

 

찬성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당신의 일상으로 돌아가세요."

 

 

그의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워졌다.

 

 

"그게 당신 어머님도 바라는 일일 겁니다."

 

 

찬성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

 

 

그가 세아를 다시 바라봤다.

 

 

"그게 돌아가신 분이 원하는 전부일 겁니다."

 

찬성은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않았다.

 

그는 세아의 상처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붕대가 제대로 감겨 있는지,

출혈은 없는지.

 

그리고 조용히 방을 나가려 했다.

 

 

"형사님."

 

 

세아가 그를 불렀다.

 

찬성이 문 앞에서 멈춰 섰다.

 

 

"...감사합니다."

 

 

세아의 목소리는 작았다.

 

 

"구해주셔서."

 

 

찬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

 

세아는 침대에 홀로 남아 천장을 바라봤다.

 

 

[복수극 웹소설] 복수 좀 그만해! 엄마의 잔소리 - 5화 각자의 자리, 새로운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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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마음속에는 복수심과 함께,

엄마의 희미한 목소리,

그리고 찬성의 단호한 경고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래서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든 고래꼬리 목걸이를 꽉 쥐었다.

 

 

엄마가 마지막으로 사준 선물.

 

 

"세아야, 고래는 엄마를 닮았대. 자식을 평생 지킨대."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엄마가 보고 싶다.

 

엄마를 안고 싶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엄마.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는 엄마.

 

그 마음이 깊어질수록 성진에 대한 분노가 깊어진다.

 

세아는 눈을 감았다.

 

눈물이 베개를 적셨다.

 

---

 

중음계의 정윤과 태승

 

그 시각,

중음계.

 

정윤의 영혼은 태승의 기운 덕분에

간신히 소멸의 위기를 넘기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아직 희미했다.

 

이전처럼 투명하지는 않았지만,

완전히 회복된 것도 아니었다.

 

마치 수채화 물감이 옅게 번진 듯한 모습이었다.

 

윤곽은 보이지만,

선명하지는 않은.

 

태승은 정윤의 옆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영혼은 평소보다 훨씬 희미하고 약해져 있었다.

 

얼굴은 창백했고,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깔끔한 수트도 어딘지 모르게 축 늘어진 듯했다.

 

그의 영혼에서 은은하게 빛나던 푸른 기운도 거의 사라진 상태였다.

 

마치 꺼져가는 촛불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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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이 드디어 가느다란 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눈꺼풀이 천천히 떨렸다.

 

 

"정신이 듭니까?"

 

 

태승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목소리도 평소보다 약했다.

 

정윤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희미한 빛이 그녀의 눈동자에 들어왔다.

 

그녀의 첫 마디는 예상 그대로였다.

 

 

"세아..."

 

 

정윤의 목소리는 가늘었다.

 

 

"세아는요?"

 

 

이런...

역시 엄마다.

 

 

태승은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안위든,

태승의 안위 따위는 상관없이 자식이 먼저인 엄마다.

 

 

"괜찮아요."

 

 

태승이 차분하게 답했다.

 

 

"많이 다치긴 했는데 죽진 않았어요."

 

 

"얼마나 다쳤어요?"

 

 

정윤이 다급하게 물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힘이 없어 다시 주저앉았다.

 

 

"괜찮아요?

나 얼마나 이러고 있었어요?

세아, 정말 괜찮아요?"

 

 

정윤이 연달아 질문을 쏟아냈다.

 

 

"아나, 진짜."

 

 

뒤에서 선배 저승사자가 끼어들었다.

 

그는 팔짱을 끼고 정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태승 사자가 세아양 보호잡니까?"

 

 

선배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묻어났다.

 

 

"지금 여기 이러고 있는 것도 저승의 룰을 어겨도 한참 어긴 거에요.

태승 사자가 당신 살리려고 뭔 짓을 했는데에~~"

 

 

선배 사자는 정말 짜증이 났다.

 

태승이 자신의 전부를 걸었다.

 

목숨처럼 소중한 기운을 아낌없이 나눠줬다.

 

그런데 이 여자는 그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딸 걱정만 한다.

 

 

'물론... 모정이라는 걸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선배는 혀를 찼다.

 

정윤은 그제야 태승을 제대로 바라봤다.

 

그의 희미해진 모습.

 

창백한 얼굴.

 

흐릿해진 형체.

 

숨을 쉴 때마다 몸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태승 사자님…"

 

 

정윤의 목소리가 떨렸다.

 

 

"괜찮으세요?"

 

 

정윤의 목소리는 아직 기운이 없었지만,

걱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그녀의 눈은 태승의 희미해진 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

 

 

"날 뭘로 보고."

 

 

태승이 피식 웃었다.

 

애써 태연한 척하는 웃음.

 

 

"이 정도는 뭐저승사자에게는 일상입니다."

 

 

태승은 애써 태연한 척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어딘지 모르게 떨리고 있었다.

 

그의 손도 미세하게 떨렸다.

 

정윤은 태승의 희미한 손을 바라봤다.

 

그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기운을

아낌없이 내어준 그의 희생.

 

그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고마움과 함께 미안함이 밀려왔다.

 

큰 빚을 진 것 같았다.

 

갚을 수 없을 것 같은 빚.

 

 

"고마워요…"

 

 

정윤의 목소리가 떨렸다.

 

 

"정말고마워요."

 

 

그녀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제가제가 너무 큰 폐를 끼쳤네요."

 

 

"뭘요."

 

 

태승이 헛기침을 했다.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봤다.

 

 

"어차피 정윤 씨를 만난 저의 업보인 것을."

 

 

그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영혼인데도.

 

 

"그 업보..."

 

 

정윤이 태승의 손을 잡으려 했다.

 

 

"꼭 갚을게요 제가…"

 

 

정윤의 눈가에 물기가 어렸다.

 

그녀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자책했다.

 

딸을 구하고 싶은 마음에 무모하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렇게 태승에게 큰 빚을 지고 말았다.

 

 

"갚기는 무슨."

 

 

선배사자가 짜증스럽게 내뱉었다.

 

 

"아줌마가 뭐라도 돼요? 나 같이 숙련된 저승사자니까 이만한 거지."

 

 

선배가 팔짱을 풀고 말을 이었다.

 

 

"아니 그리고 갚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조용히 저승으로 GO~ 하면 되겠네"

 

 

선배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권유가 담겨 있었다.

 

태승은 정윤이 안타까웠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이렇게 갈 사람이면 진즉에 갔겠지요."

 

 

태승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줌마 고집이 그냥..."

 

 

그가 말끝을 흐렸다.

 

정윤은 그런 태승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녀의 입가에 오랜만에 미소가 걸렸다.

 

 

"내가 많이 위험하긴 했나 보네요."

 

 

정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이 아줌마 때문에 내가 팔자에 없는 고생을!'

하면서 저를 째려봤을 텐데."

 

태승의 얼굴이 살짝 붉어지는 듯했다.

 

아니,

영혼도 얼굴이 붉어질 수 있나?

 

 

", 그건…"

 

 

태승이 헛기침을 했다.

 

 

"정윤 씨가 아직 회복 중이라 제가 특별히 배려하는 겁니다."

 

 

그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오해하지 마세요. , 저는원래 친절한 저승사자입니다."

 

 

"아이고, 네 네."

 

 

정윤이 피식 웃었다.

 

 

"어찌나 친절한 저승사자이신지."

 

 

그녀가 태승을 바라보며 말했다.

 

 

"덕분에 우리 세아는 살았지만,

태승 사자님이 죽을 지경이네요."

 

 

정윤은 태승의 팔을 살며시 잡았다.

 

그녀의 손에서 미약하지만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의 영혼이 조금씩 힘을 되찾고 있다는 증거였다.

 

 

"제가…"

 

 

정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태승 사자님 기운을 좀 나눠 드릴까요?"

 

 

그녀가 진지하게 말했다.

 

 

"아까 보니까 희미하게나마 뭔가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던데."

 

 

선배 사자가 콧웃음을 쳤다.

 

 

"푸하하!"

 

 

선배가 배를 잡고 웃었다.

 

 

"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부네."

 

 

선배가 정윤을 보며 손사래를 쳤다.

 

"이봐요 아줌마. 그건 아무나 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나 해서도 안 되는 거에요."

 

선배가 손가락으로 정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제 죽은 주제에 몇 백 년 사자가 하는 걸 해 보겠다고.

무식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정윤의 얼굴이 붉어졌다.

 

창피함과 함께 자신의 무지함이 부끄러웠다.

 

태승은 민망해하는 정윤이 안쓰러웠다.

 

 

'왜 이런 기분이 드는 걸까...'

 

 

몇 백 년을 지내면서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었다.

 

누군가를 보호하고 싶다는 감정.

 

누군가가 상처받는 것을 막고 싶다는 감정.

 

태승은 감정을 털어내듯 벌떡 일어났다.

 

 

"으윽..."

 

 

하지만 몸이 휘청거렸다.

 

선배가 황급히 그를 붙잡았다.

 

 

", 괜찮아?"

 

 

"...."

 

 

태승이 선배의 손을 뿌리치고 중심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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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에나 신경 써요."

 

 

태승이 정윤을 보지 않고 말했다.

 

 

"남 일 걱정하지 말고. 아무튼 오지랖은..."

 

 

그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비틀거리는 걸음.

 

선배 사자가 희한한 듯 태승을 쳐다봤다.

 

 

"쟤 왜 저래?"

 

 

선배가 중얼거렸다.

 

정윤은 태승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조성진의 음모

 

한편,

조성진은 최고급 오피스텔 펜트하우스에서

여유롭게 와인 잔을 흔들고 있었다.

 

붉은 와인이 잔 안에서 소용돌이쳤다.

 

그의 앞에는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도시의 불빛들이 그의 발아래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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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타워의 불빛,

한강의 다리들,

그리고 수많은 빌딩의 조명들.

 

마치 세상이 그의 것인 양.

 

그의 옆에는 비서가 서류를 들고 서 있었다.

 

비서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땀이 이마에 맺혀 있었다.

 

 

"어제 그 여자..."

 

 

비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냥 둬도 되겠습니까? 처리할까요?"

 

 

조성진은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천천히,

여유롭게.

 

 

"그럴 거 있나."

 

 

조성진이 무심하게 답했다.

 

 

"그냥 둬."

 

 

"하지만 곧 물건이 들어옵니다."

 

 

비서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혹 방해가 될지도..."

 

 

"뭘 할 수 있는 깜냥도 안 되던데 뭐."

 

 

조성진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관심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는 세아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듯했다.

 

 

"작은 일에 신경 쓸 거 없어."

 

 

 

조성진이 와인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계획에 차질없게 체크나 잘 해."

 

 

", 회장님."

 

 

그는 세아의 존재를 자신의 거대한 사업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하찮은 존재로 치부했다.

 

벌레 한 마리.

신경 쓸 가치도 없는.

 

그의 관심은 오직 새로운 사업에 있었다.

 

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

 

탐욕의 빛.

 

 

"입항이 언제지?"

 

 

조성진이 창밖을 바라보며 물었다.

 

 

", 한 달 후입니다."

 

 

비서가 서류를 넘기며 답했다.

 

 

"정확히는 다음 달 15일 새벽 2, 인천항 3부두에 입항 예정입니다."

 

 

"컨테이너 번호는?"

 

 

"HKCU-1234567입니다. 홍콩발 화물선 '퍼시픽 드림'호에 실려 옵니다."

 

 

비서의 보고에 조성진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의 눈빛은 탐욕과 야망으로 번뜩였다.

 

 

"좋아."

 

 

조성진이 다시 와인 잔을 들며 말했다.

 

 

"이번 건만 잘 되면 앞으로 자금 걱정할 일은 없어."

 

 

그가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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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되는 요소는 눈에 띄는 족족 제거해.

깔끔하게. 어떤 방법이든 동원해서라도."

 

 

", 회장님. 모든 준비는 완벽합니다."

 

 

비서가 고개를 숙였다.

 

 

"세관 쪽은?"

 

 

"이미 손을 썼습니다. 검사 없이 통과될 겁니다."

 

 

"경찰은?"

 

 

"그쪽도 문제없습니다. 박 팀장이 움직이고 있지만, 증거를 잡지 못할 겁니다."

 

 

"좋아."

 

조성진은 와인 잔을 내려놓았다.

 

차가운 와인이 그의 목을 타고 넘어갔다.

 

그는 새로운 거대한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자금책이 아니었다.

 

그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자신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짓밟을 수 있는 거대한 발판이 될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는 것을 싫어했다.

 

더러운 일은 남에게 시켰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언제든 그림자 속에서 잔인한 명령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모든 방해꾼들을 제거하는 완벽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조성진은 창밖을 바라봤다.

 

서울의 야경이 그의 눈에 비쳤다.

 

'이 모든 게 곧 내 것이 될 거야.'

 

 

 

찬성의 움직임

 

찬성 형사는 오피스텔에서 나와 자신의 차에 올랐다.

 

밤공기가 차가웠다.

 

그는 시동을 걸기 전,

잠시 핸들에 이마를 기댔다.

 

피곤했다.

몸도 마음도.

 

그의 얼굴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왜인지 모르게 신경 쓰이는 세아를

위험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

 

그 크기만큼 조성진을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는 사명감.

 

두 감정이 그의 가슴속에서 뒤섞여 있었다.

 

 

'선배... 나 잘하고 있어요?'

 

 

그는 시동을 걸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

 

경찰서로 향하는 길.

 

그는 무전기를 들었다.

 

 

"현우, 성호."

 

 

찬성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했다.

 

 

", 팀장님."

 

 

현우의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들렸다.

 

 

"조성진의 최근 동향, 특히 피오렌타 동선 체크해."

 

 

"피오렌타요?"

 

 

"라 피오렌티나. 아무래도 거기가 기점 같아."

 

 

찬성이 말을 이었다.

 

 

"최근에 횟수나 시간이 늘고 있어.

김치령과 뭔가 꾸미고 있을 수도 있어."

 

 

그가 잠시 멈춘 후 덧붙였다.

 

 

"'뉴 프론티어' 프로젝트의 실체를 파악해야 해.

단순한 사업 확장이 아닌 거 같아."

 

 

"알겠습니다, 팀장님."

 

 

"그리고…"

 

 

찬성이 신호등에 차를 세우며 말했다.

 

 

"강세아 24시간 붙어. 혹시라도 또 무모한 짓을 저지르면 일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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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목소리가 더 단호해졌다.

 

 

"혼자 움직이지 않도록 주의 깊게 살펴."

 

 

", 팀장님. 알겠습니다."

 

 

무전기에서 현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근 조성진이 김치령 외에도 여러 정치인들과 은밀히 접촉하고 있다는 첩보가 있습니다."

 

 

"정치인?"

 

 

". 특히 법사위 쪽과요. 조만간 더 자세한 보고를 올리겠습니다."

 

 

현우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묻어났다.

 

 

"법사위 쪽이라......"

 

 

찬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법사위원회.

 

법을 만드는 사람들.

 

그들과 조성진이 연결되어 있다면...

 

 

'이거 생각보다 훨씬 큰 일이구나.'

 

 

찬성은 차를 몰아 경찰서로 향했다.

 

그의 마음은 급했지만, 표정은 냉정했다.

 

그는 이제 조성진을 잡기 위한 더욱 치밀하고 냉정한 계획을 세워야 했다.

 

세아의 무모한 복수 시도가 오히려 그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었다.

 

 

'선배 마음이 이랬나....'

 

 

그는 더 이상 감정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었다.

 

오직 법과 증거만이 그의 무기가 될 것이었다.

 

그는 조성진의 거대한 음모를 파헤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참이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여전히 세아에 대한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가 과연 이 복수의 굴레에서 벗어나, 안전한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세아의 새로운 결심

 

며칠 후.

 

세아는 찬성의 오피스텔에서 나와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택시에서 내릴 때도 몸이 아팠다.

 

계단을 오를 때도 갈비뼈가 쑤셨다.

 

문을 열고 들어선 집은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어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거실 소파에 놓인 엄마의 독서용 안경.

 

주방에 걸린 엄마가 좋아하던 앞치마.

 

냉장고에 붙어 있는 엄마 필체의 메모지.

 

 

"세아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엄마한테 말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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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는 그 메모지를 떼어 손에 쥐었다.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침대에 앉아 고래꼬리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조성진을 향한 복수심은 여전히 뜨거웠다.

 

아니,

더 뜨거워졌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무모하게 달려들지 않을 것이었다.

 

찬성 형사의 말이 옳았다.

 

치기 어린 복수는 더 큰 희생만 불러올 뿐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에만 휘둘리지 않기로 결심했다.

 

세아는 책상 서랍에서 자신의 노트북을 꺼냈다.

 

며칠 동안 손도 대지 못했던 노트북.

 

그녀는 노트북을 열었다.

 

화면이 켜졌다.

 

그녀는 조성진에 대한 정보를 다시 검색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단순한 미행 기록이 아니었다.

 

그의 사적 기록에 더 매달렸다.

 

미친듯이 사진을 찾았다.

 

사진에 주로 나오는 인물들.

계속 등장하는 남자들.

 

그 옆에 누가 붙어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그리고 조성진 가장 가까이에 갈 수 있어야 한다.

 

클릭,

클릭,

클릭.

 

수많은 기사들이 화면에 떴다.

 

그녀는 조성진의 그룹이 진행하는

'뉴 프론티어' 프로젝트에 대한 기사를 꼼꼼히 읽었다.

 

 

"조성진 회장, '뉴 프론티어' 프로젝트로 동남아 시장 공략"

 

 

"최고급 호텔 체인 확장... 투자 규모 1조원 예상"

 

 

겉으로는 최고의 여흥을 위한 호텔 사업 확장이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수상한 점들이 보였다.

 

투자 규모에 비해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다.

 

파트너 기업들의 실체가 불분명했다.

 

자금 출처도 명확하지 않았다.

 

 

'뭔가... 숨기고 있어.'

 

 

그녀는 찬성이 자신에게 정보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었다.

 

여러 해 성진을 조사했고,

형사의 위치에 있으니 세아가 알지 못하는 것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찬성은 모르게 해야 한다.'

 

 

그녀는 이제 주먹이 아닌 머리로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녀의 눈빛은 이전보다 더욱 날카롭고 냉철하게 빛났다.

 

복수를 위한 새로운 길이 그녀의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녀는 밤늦도록 자료를 뒤졌다.

 

관련 기사를 스크랩했다.

 

조성진의 거대한 그림자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새벽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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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노트북 화면에는 수많은 창들이 열려 있었다.

 

기사,

블로그,

재판 기록,

기업 정보.

 

그녀는 이제 조성진의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모든 지식을 동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녀의 복수는 이제 무모한 폭력이 아닌 작전을 짜고 있었다.

 

조성진을 죽이기 위해서는 그의 옆에 가야 한다.

 

 

'엄마, 이번엔 제대로 할게요.'

 

 

세아는 창밖을 바라봤다.

 

동이 트고 있었다.

 

새로운 날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녀의 새로운 싸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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